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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의 길 (하)


상편의 두께와 비슷하지만 이야기는 그보다 빠른 속도로 전개된다. 뒷부분에 조영일 문학평론가의 이야기가 첨부되어 있어서 상편보다 이야기가 짧기도 하다. 세부적인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평론가의 <세이초 재미있게 읽기>는 본 이야기를 다 읽은 다음에 읽는 것이 더 좋겠다. 스포일러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상관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조영일 평론가는 특이하게도 세이초의 책을 하루키의 책과 비교해 놓았다. [양을 둘러싼 모험]이라는 책과 이 책을 비교해 두었는데 하루키의 작품을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아니어서 그 책을 읽어보지 못해서 직접적인 비교는 할수 없는 셈이다. 이 비교를 읽고나니 궁금증이 든다. 평론가가 이렇게 생각하고 비교해 놓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아마도 [양을 둘러싼 모험]을 읽는다면 이 책과 비교해서 나만의 관점으로 이이해할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어느 누구도 하루키와 세이초를 비교할 생각은 못했다고 한다. 평론가의 발상이 독특하다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여관 급사에서 벗어난 다미코는 비싼 기모노를 입고 다니는 등 겉으로 보기에는 팔자 편한 생활을 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실제의 그녀의 삶은 어땠을까. 기토 노인의 보호자로써 그 저택에 들어간 그녀는 나름대로는 자유를 누리고 편안하게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가 진정으로 사랑한 사람은 정말 호텔지배인이었을까 아니면 단지 육체적인 관계만 맺고 싶었던 것 뿐이었을까. 그렇다고 넘기기에는 그녀가 하는 질투가 이해되지 않은다. 그가 선을 보고 다른 여자를 만난다는 사실에 부르르 떨며 급하게 그에게로 달려가는 그녀의 행동은 진정 사랑일까 아닐까. 상편과는 다르게 하편에서는 히사쓰네의 이야기가 집중되어 있는 편이다. 그가 단서를 찾고 단서가 이끄는대로 좇아간다. 그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가 바라는대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건은 해결이 될까.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앉아 있는 사람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비리는 심심치 않게 저질러진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법도 있지만 실제로 살다보면 법은 멀고 현실은 코앞에 와 있는 것을 종종 느낄수 있다. 법은 모든것을 다 커버해주지는 못하는 법이다. 법이 보호해줄 것이라 믿고 자신만의 직감대로 증거를 찾고 단서를 찾아다니는 히사쓰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다미코의 운명은 또 어떻게 될 것인가. 권력의 비리 앞에서 중요하지 않은 인물들은 쓰고 버리는 일회용일 때가 많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사람들은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이익을 갈구하고 챙기려고 노력한다. 기토 노인을 위해서 일하고 있는 다미코도 마찬가지다. 노인이라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그를 돌보며 자신에게도 한몫을 떼어달라고 조른다. 누구라도 그렇지 않겠는가.약속은 철썩같이 하지만 아직까지 그녀에게 넘겨준 것은 없다. 주요 인물들의 운명을 손에 잡고있는 것은 누구일까. 마지막으로 남은 카드는 누구의 몫일까.
현재 진행형에 있는 뛰어난 작가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세월을 거슬러 고전에 반열에 오른 거장의 작품을 제대로 만들어서, 한국의 독자들이 다양하게 미스터리 장르를 읽을 수 있게 하자는 뜻이 있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진면목을 알기 위해서는 그가 쓴 수많은 픽션과 더불어 다양한 논픽션들도 함께 소개되어야 한다.

짐승의 길 은 1962년 1월 8일부터 1963년 12월 30일까지 주간신초 에 연재되었다가 다음해인 1964년에 단행본으로 나온 작품이다. 당시 세이초는 작가 부문 소득액 순위에서 매년 1위를 달렸고, 나오키 상 선고위원이었으며, 무려 열여덟 편이나 되는 장편소설을 신문과 잡지에 폭풍 연재하던 중이었다. 아울러 논픽션 일본의 검은 안개 , 심층 해류 , 현대 관료론 등을 쓴 공로를 인정받아 제5회 일본 저널리스트회의 상을 수상하고, 일본 추리 작가 협회 이사장으로 취임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작가의 이력을 통틀어 가장 정력적으로 활동한 시기라 볼 수 있을 듯하다.

짐승의 길 첫 페이지에서 독자는 다음과 같은 문구와 마주하게 된다. 짐승길이란 산양이나 멧돼지 등이 지나다녀서 산중에 생긴 좁은 길을 말한다. 산을 걷는 사람이 길로 착각할 때가 있다. 이를 보면 작가의 의도를 조금쯤 짐작할 수 있다. 산속에서 짐승들이 만들어놓은 길을 사람이 만든 길로 착각하고 발을 내딛으면 어떻게 되는가. 길을 잃고 헤매겠지. 절벽에서 떨어져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다. 즉 ‘짐승의 길’이란, 가지 말아야 될 잘못된 길로 들어선 인간의 말로를 가리키는 통절한 메타포이다.


제3장
제4장
세이초, 고다마, 하루키(마쓰모토 세이초 재미있게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