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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없이 걸었다 - 걸어본다 05 뮌스터


지난 가을, 가까운 지인의 슬픈 소식을 들은 것처럼 슬퍼했다. 시인 허수경의 죽음 소식을 들은 사람은 비슷했을 것 같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렇게 종이책으로 가지고 있는 책들마저 다시 이북으로 구매하며 추모하는 것 뿐이었다.이렇게 문장마다 사무치게 아플 수 있을까. 가을마다 10월이면 시인 허수경의 이름이 떠오를 것 같다. 쓸쓸하고 외롭고 적막하고, 하지만 감출 수 없는 모닥불 같은 애정을 보여주는 그녀의 글들이 낙엽처럼 떨어진다.뮌스터는 독일 여러 곳을 다녀본 여행자에게도 낯선 도시 이름이다. 이유는 이곳은 관광지가 아니라 그냥 대부분의 지구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흔하디흔한 시골마을이기 때문이다. 지도를 펼치고 몇 번이나 뒤지고 뒤져 뮌스터의 위치를 확인했다.허수경 시인이 살았던 작은 소도시 뮌스터의 풍경이 그림처럼 떠오르는 <너 없이 걸었다>는 거주하는 독일의 작은 도시에 대한 애정과 숨길 수 없는 그리운 고향과 얼굴들에 관한 글이다.<혼자 가는 먼 집> 같은 시집에서도 그랬지만 유독 마음을 울컥하게 하는 구절들이 많다.왜 하필 공부한 학문도 쓸쓸하기 그지 없는 고고학을 선택했을까 싶다가도 글로 드러나는 그녀의 성향에 이 이상 잘 어울리는 학문이 어디 있을까 싶기도 하다.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독일을 방문하는 길에 뮌스터에 가보고 싶다. 시인이 걸었던 그 길을 따라 걷고 싶다.
자주 지나다니는 길은 잊어버릴 수 없어.
우리가 잊어버릴 수 없는 이유는 마음속에서 서로 자주 지나다녔기 때문이야.

당신과 나와 시詩, 그리고 뮌스터!

난다의 걸어본다 그 다섯번째 이야기. 시인 허수경이 독일로 이주하여 23년째 살고 있는 뮌스터를 배경으로 그네가 천천히 걷고 깊숙이 들여다본 그곳만의 사람들과 그곳만의 시간들을 독일 시인들의 시와 엮어 소개하고 있다. 예컨대 매 챕터마다 그네가 번역한 독일 시인들의 시가 한 편씩 실려 있는데, 이는 그네가 알고 있고 알게 된 독일만의, 뮌스터만의 역사와 전통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꽤 요긴하게 쓰인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하이네, 트라클, 벤, 작스, 괴테, 릴케 같은 시인이 있는가 하면 한 번도 소개된 적 없는 그베르다, 아이징어, 호프만슈탈, 드로스테휠스호프 등의 낯선 이름도 그네를 따라 발음해보게 된다. 그러나 시인의 유명세를 따져 물을 필요가 없는 것이 그네의 번역으로 소개되고 있는 그들의 시가 좁게는 기원전 6세기경에 시작되어 ‘도시’로 성장해가며 오늘날 인구 삼십만 명을 이룬 뮌스터를 테마로 삼고 있는데다 크게는 참혹한 전쟁을 겪은 독일이라는 나라의 역사를 주요 담보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prologue
1│어느 우연의 도시
2│기차역에서
3│칠기 박물관 앞에서
4│뮌스터의 푸른 반지
5│츠빙어Zwinger에서
6│소금길, 그리고 다른 길들─멀고도 가까운 전쟁?
8│중앙시장과 옛 시청
9│대성당과 그 주변
10│루드게리 거리와 쾨니히 거리에서
11│뮌스터아 강을 따라서 걷기 1
12│뮌스터아 강을 따라서 걷기 2
13│아호수에서
14│쿠피어텔에서 프라우엔 거리
epilogue